배우 강수연씨가 제주4·3항쟁의 아픔을 다룬 영화 <지슬>을 많은 사람들이 봐야한다며 한 회차 상영관 티켓을 통째로 구매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멋진배우’로 회자됐다. 또한 강수연씨가 추천한 이 영화를 계기로 현대사의 비극이자 아직 풀리지 않은 과제인 제주민중항쟁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참 반가운 일이다.

아직까지도 제주4.3민중항쟁은 ‘제주4.3사건’ 내지는 ‘제주4.3폭동’으로까지 불리는 현실이다. 남한만의 단독선거에 반대한 제주민중들을 공산주의 무장반란 폭도로 규정해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당시 이승만과 미군정의 과오가 아직까지도 청산되지 않았기에 그렇다.

극중 용필아저씨역을 맡은 배우 양정원씨는 일간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슬>을 “이 영화가 4․3의 남은 숙제를 다 해결해줄 순 없지만,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넋들의 한을 풀어주는 ‘해원’의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지슬>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그러다 몇몇 트위터리안들의 공통된 질문이 눈에 들어왔다. “지슬, 지방에서도 개봉하는 상영관이 있나요?”라는 것인데 실제로 개봉을 6일 앞둔 <지슬>의 상영을 확정 지은 상영관은 아직까지 제주를 제외하고는 서울 4곳, 인천 1곳, 광주전남 1곳, 대구경북 1곳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인천으로 가면 되겠구나.’ 평소 나는 주안에 위치한 <영화공간주안>이라는 예술영화관을 애용하는 편이다. 이 영화관에서는 CGV같은 상업영화관에서 수익을 이유로 보여주지 않는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티켓도 6,000원으로 일반 영화관보다 저렴하다.

무엇보다 가장 부러운 점은 ‘인천 남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영화관’이라는 것이다. 영화판이 거대 배급사의 횡포로 ‘불공정게임’이 만연한 현실에서는 관객들조차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이런 판에 시민들에게 다양한 예술영화를 볼 기회를 저렴한 값에 보장하려는 남구의 발상은 정말 훌륭하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주안에 간다. 오로지 ‘영화공간주안’에 영화를 보러. 그 공간은 ‘문화특별시’ 부천시민 입장에서 정말 샘나고 탐나는 곳이다.

묻고 싶다. 왜 부천에는 독립영화관이 없는가?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전주에도 독립영화관이 있는데 왜 부천에는 없는 걸까?

물론 부천에서도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부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부천영상미디어센터다. 심지어 이곳은 ‘공짜’로 상영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이유는 열악한 시설 탓이다. 스크린도 작고, 좌석도 불편하다. 그래서 같은 영화를 상영하더라도 6,000원 주고 주안까지 가게 된다. 부천시민들은 왜 독립영화를 상업영화관 수준의 시설에서 즐길 수 없는 걸까, 답답하다.

나는 부천시가 1년에 겨우 일주일 남짓 하는 피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연중 내내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예술영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영상미디어센터와 같은 열린 공간에 막대한 예산을 쏟았으면 좋겠다.

문화도시 부천의 수준은 피판에 어떤 여배우가 홍보대사를 하느냐가 아니라 시민 한명 한명이 어떤 문화를 향유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부천을 ‘문화특별시’라고 호명했을 때, 부천의 문화 수준은 그 도시에서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가의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본다.

▲지난해 부천 롯데시네마에서 상영된 <두개의 문>

작년에 용산참사를 다룬 독립다큐 <두개의 문>이 전국적으로 흥행할 때 부천에서도 30여개의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가운데 영화가 두어 차례 상영됐었다.

이번에도 <지슬>을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어 하는 부천 시민들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독립영화 상영을 조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슬>과 같은 훌륭한 예술영화를 서울이나 인천이 아닌, 가까운 부천에서 보고 싶은 이유다.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