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 한 임기제 공무원이 직위간 조직문화로 겪는 문제를 장문의 글을 통해 사회에 고발 파장이 예상된다.

부천시의회 A 정책지원관은 9월 23일 SNS를 통해 <공직사회에 대한 단상> 이라는 주제로 공무원 익명게시판 "열린소리마당'을 소개하며 '국·과장(각각 4급, 5급) 모시는 날’ 등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글을 요약해 보면 먼저 "일부 고위직은 식사비와 커피 값을 하위직에 부담시키고 있다" 이는 '갈취 등 양아치 같은 행태"라며 비판하고 속상하지만 문제 제기는 없어 '씁쓸하다'는 등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다음은 A 정책지원관이 SNS에 게시한 글 전문

<공직사회에 대한 단상>

어느덧 지방의회에서 일한 지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종종 일어나는 사건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갈등의 시간을 거치며, 해결이 되기도 하고 묻히기도 했다.

그중 세 가지 사안이 늘 머릿속에 남아있기에 한번 풀어보고자 한다.

내가 근무하는 기관에는 공무원 익명게시판 ‘열린소리마당’이 있다. 공무원들은 줄여서 ‘열소’라고 부른다. 이 글에서는 열소라는 약어로 쓰겠다. 그런데 이 열소에 종종 올라오는 사안 중 하나가 ‘국·과장(각각 4급, 5급) 모시는 날’에 대한 것이다. 말이 모시는 날이지 국·과장의 경우 소수이기 때문에 후배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함께 식사를 하는 날을 가리킨다.

개인적으로 선후배 간의 교류를 통한 단합, 소통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안이 열소에 올라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국·과장 중에 몇은 본인의 식사비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커피값까지. 그래서 하위직 공무원들이 고위직 공무원인 국·과장의 식비를 본인들이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 속상함을 털어놓는다. 몇몇 친한 공무원들에게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나고 있냐고 물으면 종종 그런 사람이 있다는 답변도 들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처음 입사한 2022년 8월부터 현재까지 이런 게시글을 수차례 접했다. 그러나 그중에 어떤 고위공무원이 처벌을 받거나 적발됐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참 안타깝다. 그 어려운 공시를 준비하면서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을 고생했을 테고, 부모는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얼마나 노심초사 마음고생을 했을까.

그 어려운 시험도 합격한 이 똑똑한 사람들이 조직문화와 악습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익명게시판에 글 한번 올리는 것뿐이라니 안타까우면서도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이런 꼴을 당하려고 그 어려운 공부한 게 아닐텐데 말이다.

감사담당관도, 공무원 노조도 심지어 상위기관인 행안부나 경기도청도 있는데, 참는 게 미덕인 줄로만 아는 것 같다. 아니면 이들에 대한 믿음조차 없거나...

그리고 그것은 아마 중간에 낀 선배 공무원들의 가스라이팅도 한몫하고 있을 것 같다. “어차피 곧 퇴직할 사람인데 몇 년만 참아”. “괜히 나섰다가 불이익 당해”, “나 때는 더 심했어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 거야”, “좋은 게 좋은 거야. “문제를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기도 해”, “내부의 문제를 밖에다가 말하는 것은 조직문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소위 ‘성역화’)” 이런 비겁한 말들이 오고 갔을 것이 눈에 선하다.

과연 이런 조직에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는 있을까? 위의 식비 문제는 말이 좋으면 ‘직장 내 괴롭힘’, '갈취', '조공'이겠고, 조금 더 강하게 말하자면 형법상 죄가 되는 ‘강도’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런 일진, 양아치 같은 행태가 오늘날에도 거론된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기만 하다.

오늘(23일) 아침 메선저를 보니 국회 위성곤의원실에서도 '국·과장 모시는 날'에 대한 설문조사 참여 권유 쪽지가 와 있었다.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걸 보니 전국 지자체에 공통적으로 있는 일인 것 같다. 지자체 공직사회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 안타까움을 느낀다.

피해 공무원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죄만 짓지 않으면 절대 잘릴 일 없는 철밥통들 아닌가. “당신들 눈에 눈물 나게 한 비위공직자를 정당히 응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침묵하는 것이 잘못이다. 당신들이 살아갈 이 조직을 위해 청렴하고 바른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말이 전해지길 바라며 적어본다.

두 번째는 초과근무와 관련된 일이다. 얼마 전 부천시 감사담당관실은 전직원 대상 전산자료 필터링을 통한 초과근무에 대한 감사를 시행했고, 2명의 부정수급자를 적발했다. 2명이 발견된 것에 대하여 감사관실 관계자는 "자체 감사활동으로 적발된 사례로 이번 결과가 부천 공직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산자료 확인 결과 단 2명의 부정수급이 확인됐다는 것은 그만큼 대다수 부천 공직자들의 청렴한 자세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결과물로 봐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4년 9월 9일자 지역 B 인터넷신문 기사 참고)

그러나 나는 저 2명의 공직자들이 최종 가산금 부과액만 수천만 원 대에 이르는 부정수급을 저지르는 동안 이 조직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에 초점이 간다. 남의 일인데 알아서 하겠거니 했을까 아니면 오죽하면 저러나 생계형이겠거니 한 것일까. 그냥 자신에게 피해가 없으니 상관없다고만 생각한 것일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만 생각했을까. 문득 방산비리는 생계형 비리라고 했던 어떤 공직자가 떠오른다.

공무원 조직이 조직에 대한 애정과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이 있었다면 저 두 사람이 저 지경까지 갔을까 그런 씁쓸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다른 시에 근무하는 공무원 지인이 나에게 술자리에서 묻던 말이다. “뭘 자꾸 조져? 세상에 불만이 많아? 세상이 아름답지 않냐?” 그때는 그저 웃으면서 넘기긴 했다. 어쨌든 조진다는 표현은 내가 부적절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사과 드린다.

이 글에서 조금 써보자면 나는 세상에 불만이 많다. 세상이 마냥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철밥통인 공무원에게는 세상이 그래도 살만할지 모르겠다. 임기제 공무원인 나조차 최소한 임기 동안만큼은 굶을 걱정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가깝게는 코로나19, 1998년 IMF,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경제상황에서의 시민 그리고 현재 고물가 저성장,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경제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세상살이가 팍팍할수록 시민은 행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청렴하길 더 바랄 것이다. 한푼이 아까울 때인 만큼 자신이 내는 세금이 의미있게 쓰이길 바랄 것이며, 그래야 조세저항감도 떨어질 것이다.

어찌됐든 오로지 세금만을 근원으로 급여를 받는 공직자는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 자기 돈처럼 신중하고, 정직하고 바르게 써야 한다. 나라가 어려운 만큼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 그래서 잘못되거나 허술한 행정집행에 불편함을 느끼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불편한 일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공직자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욕을 먹는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공직의 역사가 우리 시민들에게 공직에 대한 의심을 키워왔다. 즉 공무원의 권력이 강했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선배 공무원들의 잘못을 현재의 공직자가 억울해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거다.

현재의 공무원들이라도 본인의 후배들에게 신뢰받는 공직을 물려주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래야 지금의 당신들이 받는 억울함과 불명예를 언젠가 보상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주저리주저리 썼던 단상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