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시민들은 왜 주민들이 저런 사람을 시의원으로 뽑아줬을까? 하는 괘씸하고 안타까운 생각을 하며 애써 인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것은 유권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을 공천한 정당에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유권자들은 지방의원 후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을 보고 찍는 경향이 다분하다. 세칭 ‘묻지마 투표’인 셈이다. 정당에서는 공천헌금을 많이 내거나 평소 당비를 잘 내고 당에 충성도가 높은 사람에게 지방의회 진출의 길로 보상한다. 이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인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러다 보니 의정활동을 제대로 할 능력에 대한 자질 검증은 소홀하거나 아예 관심도 없다. 그동안 지방의회, 특히 기초의회에서 수준 이하의 돌출행동과 추태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곤 해 국민들을 자주 실망시켰다. 오죽 했으면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제기하겠나.

현대 국가에서 ‘견제와 균형’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공화정의 공리(公理)이자 당위이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권한을 나누어 국가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상호 견제하게 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는 통치 원리인 것이다.

이 원리는 한 국가의 통치 원리로서뿐만 아니라 지방분권 시대의 지방 정치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하겠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헌법은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여 지방정부가 지역의 필요와 우선순위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권력 분립의 원칙에 의거하여 지방 권력도 행정과 그 견제 기능으로서 지방의회의 기능을 상당히 강화해 왔다. 조례 개정과 관련한 입법 재량권도 커졌고, 의장은 의회 직원을 뽑을 수 있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권력 분립은 지방정부가 지역사회에 효과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풀뿌리 민주주의정착을 이끌어 나가야 할 기초의원들의 기본적인 자질과 관련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기초의원들뿐만 아니라 지역에 기반한 지역구 국회의원과 그 측근들의 비리 관행도 마찬가지이다.

기본적으로 정당 간의 모든 투쟁은 본질적인 목표를 위한 투쟁일 뿐만 아니라 특히 관직수여권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중앙 권력이든 지방 권력이든 그 투쟁의 본질적 요소는 동일하다. 권력을 차지한 이상 권력자의 목표와 이상에 어울리는 측근들을 중용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뭐라고 크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권력을 차지함과 동시에 나타나는 관직 수여의 기준과 당사자의 능력 유무 및 자질 검증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지방의회 이대론 안 된다’와 같은 기획 기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지방의회는 늘 ‘사고’ 발생 위험을 갖고 있는 집단으로 분류돼 있다. 지방의원으로서 자질이 떨어지고 역량이 부족한 이들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웃 도시 인천에서는 기초의회 의장의 수행기사 갑질, 기초의회 의원 전원의 외유성 해외 연수, 광역의원의 주민 설전 등이 논란이 됐다.

이제부터 여타 지역은 차치하고 부천시로 범위를 좁혀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자. 이 글에서 필자는 부천시의 특정 지역구에서 드러난 사건의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부천은 민도가 높다고 자부하며 타 지역 시민들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지역이다. 재선하지 못하면 이상하다고 할 정도의 기초단체장(시장)도 시민의 이익에 반하면 지지 정당은 철회하지 않으면서도 갈아 치운다. 그러나 겉과 속은 다를 수 있는 법이다.

일단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과거 부천시을(구 원미을)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되돌아보자.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이미 선거법 위반 혐으로 재판 중으로 형이 확정될 경우 재선거를 치룰 수 도 있어 당 위원회 내부의 일부 반대에도 A 후보 공천으로 결국 10개월 만에 재선거를 실시하게 됐다.

△당시 재선거에서는 또 기획부동산 의혹 등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제 인물 B 후보를 공천했다. 또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이미 사기죄 등으로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상태에서 급여가 압류당하는 등 지방의원으로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B 후보가 공천, 결국 ATM 절도 사건 등의 범죄로 결국 사임 재선거를 실시했다.

또한 △2022년 지방선거 이후 당선된 C 의원은 의원 워크숍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당해 내년 4월 재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 외에도 국회의원 보좌관의 음주운전 적발, △ D 의원의 의원연수시 수행 공무원에 대한 갑질논란 등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비리와 부패의 지역위원회가 된 셈이다.

이 정도면 작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정당 역사상 최초로 지방의원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자격시험을 실시했던 국민의힘의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지방의회 무용론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지방분권의 더 큰 걸림돌은 지방의회의 견제 능력 부족이다. 국회와 중앙부처는 지방의회의 견제력 부족을 이유로 지방분권에 부정적이다. 지방의회의 견제력이 부실한 상황에서 지방분권을 강화하면 제왕적 자치단체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기초의원을 양산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지방의회의 견제력이 낮다면 당연히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방의원의 자질 개선이 시급하다. 지방의원에 대한 교육훈련이 어려운 현실에서 유능한 인재의 영입이 선행돼야 한다.

지방의원 중에서 우수 인재의 비율이 높아지면 지방의회의 견제력은 저절로 높아진다. 지방의원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관점과 태도가 중요한 이유다. 필자가 강력하게 방점을 찍는 대목이 바로 이 점이다.

다수의 부천 시의원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특정 지역구에서만 유달리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걸까?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다. 여타 지역의 시의원들 상당수는 자질과 역량이 우수하다고 시민들은 평가한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항상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회의원 물갈이하면 지방의회 물갈이가 가능하다. 국회의원은 지방의회의 낮은 견제력을 탓하기 전에 젊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야 함에도 자기 권력의 방어와 수성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다 시민 권력이 아니라 자기 권력이자 자기 정치이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각종 이권과 특혜가 난무하는 공명첩(空名帖)이 날아다니고 공직의 임면(任免)을 당파적 정실에 의해서 자행하는 엽관제(spoils system)는 마치 조선시대를 보는 듯하다. 아무런 소구력(所求力)도 없는 속칭 듣보잡들이 설쳐댄다.

“국회의원이 주민 대표인 지방의원을 마치 자신의 아랫사람이나 부하처럼 여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 대표인 지방의원조차도 공공연하게 국회의원 눈치를 보는 것이 바로 작금의 우리 정치 현실이 아니겠습니까.” 모 시의원의 말이다. 그는 시·도당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지원 기능보다 현역 국회의원 동정을 알리는 일에 치우쳐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의 말처럼 시·도당은 여의도 정치의 하부조직으로만 기능한다. 풀뿌리 지방자치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필자는 정치학자가 아니다. 원론적이고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현실주의에 입각한 깊은 이해와 배려도 잊지는 않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한다.

필자는 부천시 지역구 국회의원 전부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유독 특정 지역에서 두드러지니 하는 말이다. 현실주의적 관점(현실정치라고 하겠다)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야 한다. 밉보이면 공천을 기대조차 하지 못한다. 총선에서 표를 얼마나 몰아줬는지가 공천을 좌지우지한다.

어찌보면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그들이 풀뿌리가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지방선거 때만 되면 실제 지역주민의 의사와 정책을 반영해야 할 인물보다는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기초·광역의회 선거에 나서게 된다.

주민을 대표할 자질, 역량이 현저하게 낮은 인물이 기초·광역의회에 입성했다면 그래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더욱 강화됐다면 그 근본 책임은 국회에 물어야 한다. 아니 근본적으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물어야 한다.

어차피 도당 공천심의기관은 국회의원의 견해가 적극 반영되는 곳이니까. 다시 한 번 물어보자.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기초의원들을 양산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비리 혐의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제명당하여 시정에 공백이 생긴 상황은 누구 책임인가? 시민들의 명예로운 권위에 먹칠을 한 것 또한 누구 책임인가? 그 책임은 명백히 공천권 백퍼센트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있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의 터무니없고 부당한 행위는 부천 시민과 국민에 대한 배임이자 대리인(대표자가 아님)으로 선택해준 시민들에 대한 시민권 횡령이며, 원만한 시정에 대한 직간접적 업무방해이다.

필자는 감히 주장한다. 한 시민으로서뿐만 아니라 입은 있으나 목소리는 없는 대다수 주민들을 대신하여 요구한다. 내년 총선에서 보이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시정잡배나 다름없는 동네 골목대장 놀이는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가 지금껏 행하여 온 과거의 고초와 민주화 과정에서의 역정을 모르는 게 절대 아니다. 한편으로는 숙연하게 만드는 그의 인생 스토리를 모르는 게 아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그의 대단한(?) 활극과 언사를 논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군다나 없다.

그러나 이제는 그 히(he)스토리에 책임을 지고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의 정치, 더 나아가 역사에 책임져야 할 시기이다. 설령 물러난다 하더라도 지역 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보존하려는 욕망도 버려야 한다. 계파 형성 및 파벌주의는 극단적인 형태의 자기유지 및 권력 상속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시민으로서의 주권은 우리 부천 시민에게 있다. 우리가 주인이다. 대리인은 주인의 말을 따라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두 가지 방식의 직업 정치인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정치를 위해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에 의해 사는 사람’이다. 그 지역구 국회의원은 정치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이다.

더 이상 시민과 국민의 충복으로서 봉사의 정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에 의해 살아가는 국회의원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자신의 행동은 오로지 시민과 국민의 의지를 실천하기 위함이었다는 변명도 하지 말길 바란다. 이제 모든 것이 저물었음을 느끼길 바란다. 부천 시민들 앞에 책임을 지길 바란다.

내년 총선의 시계가 6개월 남짓으로 다가왔다. 현 국회의원의 행태를 어물쩡거리며 바라보고 있다가는 부천시의회의 사후 문제는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혼란과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국회의원(설훈)은 현명한 처신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

위의 글은 부천시민 고일용 님으로 부터 제공된 기고문으로 고일용 님의 양해를 얻어 일부 수정 및 실명은 비실명 편집했으며 내용은 IBS뉴스 편집방향과 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