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피판 공식포스터

부천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장르영화제 피판이 지난 7월 27일 막을 내렸다. 올해로 18회 행사를 치룬 뒤 영화제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 341회차 상영 중 186회차가 전석 매진, 관객점유율 83.7%로 전체관객수 59,241명 기록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했다. 25일 폐막식 무대에 오른 김영빈 집행위원장 역시 피판의 성과로 “전사회적으로 무기력한 환경 속에서 거둔 의미 있는 결과”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피판의 성과를 단순히 관객점유율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오류다. 피판은 ‘부천’이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국제영화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판에 투입되는 예산 중 절반이 시비(19억)에서 비롯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는 당연한 요청이자 피판의 과제다. 따라서 얼마나 좋은 영화를 얼마나 많은 관객이 보았는가 다음으로 평가할 항목은 부천시민들의 영화제에 대한 인식이다.

올해 피판에서 영화관람 외에 시민들의 참여를 끄는 행사는 사전축하행사 <피판, 날아오르다>(6,700여명), 개막 후 행사 <피판홀릭>, <야외영화상영>(35,450명), <약대동 꼽사리영화제>(3,000여명) 등, 수치상으로 총 4만5천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로써 통계적으로 90만 시민 중 5%가 참여한 셈이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요한 건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참여의 질’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참여한 대다수 행사는 잘 보이지도 않는 레드카펫 행사를 멀리서 지켜보거나 가수들의 공연과 야외영화를 무료로 관람하는 등 소극적인 참여에 불과했다. 이중 의미 있는 참여는 약대동 꼽사리영화제에서 이뤄졌는데 이마저도 영화제측이 기획한 것이 아닌 부천문화재단 소속 부천영상미디어센터가 주도한 주민 참여 행사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판이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지를 받는 것이다. 피판이 부천 시민들에게 일년에 한 번 연예인들이 찾아오고 시끄러워지는 행사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 말이다. 그 방법은 이미 필요성이 회자되고 있는 ‘피판전용관’으로 시민들이 영화제가 아닌 평소에도 장르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영화의 거리 조성’으로 부천이 영화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영화의 도시’로서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다.

현재 피판을 바라보는 대다수 부천시민들의 인식은 ‘돈 먹는 하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심이 반영되는 현장은 매년 시의회의 피판 예산 심사과정이다. 시의원들은 영화제측에 매년 똑같은 질문, ‘피판이 지역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책과 함께 야금야금 예산을 삭감한다. 일전에 영화제 관계자는 내게 “시에서 예산을 늘려줘야 전용관이든 뭐든 할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하지만 영화제측이 피판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데 시가 알아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산을 확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제측이 피판의 비전을 제시하는 경우는 영화제 시작 전후로 보이는 소식지와 보도자료 뿐이다. “피판이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영화제로 갈 수 있으려면 영화제 전용관 건립이 필요하다(7.17.피판데일리)”는 집행위원장의 ‘인터뷰용 언급’ 뿐 시민들과 시의회, 시집행부에 피판의 비전에 대해 설득하는 장은 매년 마련되지 않고 있다.

피판이 부천에서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떨치려면 축제를 넘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피판은 18년 전통을 자랑하는 동안 축제 기간을 제외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